빈 밤송이.
꼭꼭 보듬어 안고 있던 알밤들이 힘에 겨워 툭! 그렇게
떨구어 냈는지 홀가분한 모습으로 빈 껍질만 매달려 있다.
숙제를 끝낸 모습
봄부터 꽃을 피우고 새끼 손톱 만한 밤송이를
크고 알차게 키워 내더니
어느새 계절은 가을 ..때가 되었으니 미련없이 떨구고
새털 처럼 가볍게 마지막을 맞이하고 있다.
엄마가 계시던 빈 방을 들여다 보는 느낌과 너무 비슷하다.
엄마의 흔적이 될만한 모든것을 치워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언제나 그 방이 엄마의 방이기 때문에....
비어있어도 가득하고
.
.
.
저렇게 홀가분 하셨을까?
새털처럼 가벼우셨을까?
하루 하루 더더욱 선명해지는 상실감.
난 알밤인채로 풀밭을 구르는 것이 너무 두렵다.
밤송이 그 안에서 느끼던 안온함이...그 기억이 ...이것이 슬픔이라고
감히 말 할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