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히 내리는 봄비속에서
때가 되었음을 알고 꽃망울을 내밀고 있는 할미꽃
참 신기하게도 새순과 꽃봉오리가 함께 땅에서 솟아 올라 온다.
골짜기다 보니 어떤 것들은 산토끼나 고라니가 순을 잘라 먹어서 뭉툭한채로 있기도 하다.
아직은 솜털에 보송보송 싸여 있지만
이 비가 개고 나면 활짝 피어 나겠지.
발밑으로는 아직도 지난해의 흔적으로 마른잎 무더기가 그대로이지만...
산수유와 함께 봄이오면 가장 먼저 피는 생강꽃.
꽃에서 생강냄새가 나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저 꽃을 따서 차로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던데..
아직 해보진 못했다.
나중에 꼭 해보고 싶은 것중의 한가지.
벗나무 잔가지에 맺힌 물방울들,
겨우 새순이 움트려하고 있지만 곧 벗꽃이 만발하는 날이 오겠지.
오늘은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속에서
밭을 갈고 감자를 심고 올라왔다.
늘 그곳에 있다면 비를 맞으며까지 심을일은 아닌데
하루 미룬일이 열흘간다고 다음주를 기약했다가 때를 놓치지 싶어서
무리해서 사부님과 다른분들이 도와 주셔서 얼결에 심을 수 있었다.
봄비 내리는 골짜기에서
그동안 침체되고 무기력하기까지 했던 내자신을 내려 놓고
봄을 닮은 설레임을 가슴에 조금 실어서 왔다.
파릇파릇 새순이 돋고
울긋불긋 꽃이 피어날 그 기대로 나도 덩달아 날아 오를 수 있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