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드디어 벼베기를 감행 했다.
물론 때도 무르 익었지만 사부님댁 벼베기 전에 우리가 먼저 베어야 할 사정이 있는 고로,
그댁도 기계를 하루 불러 일을 할 정도가 안되어 다른집 벼를 베다가 짜투리 시간이 남는날
아무 때든 기계 임자 맘이 동하는 날이 바로 그 날 인지라.
게다가 우리 벼도 그 짜투리 시간에 곁다리를 붙어야 하는..ㅎㅎ
정말 그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그 날이 었기 때문.
봄부터
오늘이 있을것임을 알고
노심초사 애써 가꾼 그 수확물을 앞에 두고 감회어린 표정으로 서있는 울 서방.
유난히 비가 많았던 올 한해
비록 어설픈 주말농군에 지나지 않는 처지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느긋할 수만은 없었던 그런 날 들을 지나 이렇듯
말 그대로의 황금벌판을 만난 것이다.
봄에 모내기를 함께 했던 바로 그 분들이
역시나 벼베기도 함께...
요즘 아무데서나 볼 수 없는 풍경을 연출하며 낫으로 직접 벼베기를 하였다.
마을에서 좀 떨어지기도 했고
논이 너무 작아서 기계가 오질 않아서 해마다 이렇게 힘든 일을 하게 된다.
농사 경험이 많은 두분은 저만큼 앞서 나가며 낫질을 하는데..
아이고...
울 서방 뭐하는겨. ㅎㅎ
아무리 애를 써도 반도 못 따라가니 그래 가지고 어디 농사꾼이라고 하겠나..?
두 양반은 쉬지도 않고
보기에 별로 힘도 안들이고 저렇게 열심인데
울 서방 볼 때마다 허리 펴고 쉬고 있으니...ㅉㅉ
어쨋든 쉬엄 쉬엄 옛날 농사짓던 얘기도 해가며
두 분이 흥을 돋구어 일을 하시니 논바닥이 들어 나는게 눈에 띄인다.
그럭 저럭 막바지..
역시나 울 서방이 맡은 곳은 아직이고..
베어진 볏단을 사부님 댁으로 날라 가서 그 댁 벼를 기계로 벨때 우리 벼도 함께 탈곡을 한다.
그냥 논에서 벼를 베어가며 그자리에서 탈곡이 되어 나오면 너무도 편하지만
우리 형편상 도저히 바랄 수 없는 ...꿈.
힘든 생각에 벼 심는 것을 말려도 그중 재미난 것이 벼농사라고 포기 할 생각을 안하니...
일이 되려고 하니 마침 벼를 차에 실고 내려 가니 사부님댁 벼도 벤다고 기계가 와서
덕분에 번갯불에 콩구워 먹듯이 우리도 탈곡을 해서
비닐집에 대충 펼쳐 널어 놓고 왔다.
다음주 쯤에 방아를 찧으면 ..드디어 햅쌀밥을 먹게 된다.
작년 보다 소출이 좀 줄긴 했어도 그래도 너무도 흐믓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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