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리지(連理枝)
바람은 차갑고 햇볕은 따뜻한 날에 청주호반을 다녀왔다.
굽이굽이 산과 산 사이로 푸른 띠처럼 파란 물이 출렁거리는
충주호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수몰지구의 일부를 이전하여 복원한 청풍문화재단지가 있다.
그 단지 안으로 들어가 망월산성으로 오르는 길가에
범상치 않은 소나무 두 그루, 아니 한 그루가 눈길을 끈다.
두 그루가 합쳐 한 그루가 된, 바로 연리지( 連理枝)가 이루어진 나무이다.
뿌리가 서로 다른 독립된 나무였으나 두 나무의 가지가 붙어서
분리할 수 없는 한 나무가 되는 연리지현상.
그런 까닭에 헤어질 수 없는 지극한 사랑에 비유되는 연리지를 글과 사진으로만 접하다가
실제로 목격한 것이다.
처음 연리지에 대해 읽었을 때 흥미로웠던 것은
둘이 하나가 되었다는 사랑타령보다 그 다음이야기였다.
연리지로 인해 한 나무가 되었을지라도 각자의 뿌리가 다른 고로
하얀 꽃을 피우던 나무라면 여전히 하얀 꽃을,
분홍 꽃을 피우던 나무는 여전히 분홍 꽃을 피운다는 사실 말이다.
그렇다면 연리지야말로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감탄했다.
사랑이란 둘이 하나가 되는 게 아니라 나와 다른 상대를 받아들일 수 있음이라고 나는 믿는다.
다시 말해 사랑은 타인을 나와 닮은꼴로 만드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자신의 개성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인정하고 북돋워주는 것이다.
나는 하얀 꽃을, 상대는 분홍 꽃을 피우되 서로 다른 색깔이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울 수 있다면 굳이 한 가지 꽃을 고집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나는 ‘틀리다’라는 우리말에 대해 생각해 볼 때가 있다.
영어로는 ‘wrong'과 ’different'라는 엄연히 다른 두 단어인데
우리말로는 ‘맞다’의 반대말일 수도 있고 ‘같다’의 반대말일 수도 있다는 게 이상해서다.
우리는 틀리다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우린 서로 같지 않으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단군의 한 자손으로 언제나 한겨레임을 자부하며 동질성을 강조해온
우리의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지 모른다.
나와 다르면 기분 나쁘고 나와 다르면 왕따 시켜버리는 배타적인 분위기 말이다.
하얀 색은 검은 색과 함께 있으면 더욱 도드라진다.
한 가지 색이었다면 세상이 얼마나 지루하고 재미없었을 것인가.
비단 풍경만 그런가. 사람도 마찬가지다.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야 나의 개성이 두드러지고 또한 그의 개성도 돋보인다.
그리고 예술작품도 마찬가지다.
예술가에게 가장 큰 고민은 자기의 정체성을 찾는 것,
즉 남과 다른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 ‘그것도 사진이냐’는 말로 자신과 생각이 다른 타인의 작품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가당착적인 말을 하곤 한다.
2007년, 여러분들의 화두는 무엇인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관심이라는 변명으로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
나는 나다워지고 너는 너다워지는 것,
그것이 우리의 새해 화두였으면 좋겠다.
<사진예술 1월. Editor 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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