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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골짜기 풍경

기다림

by 풀 한 포기 2007. 8. 21.

 

 

 

 

 

더워도 너무 더운 이 여름...

골짜기에는 그 더위가 무색하게 벌써 가을을 기다리는 것들이 있다.

도시에서 종종걸음을 치며 등떠밀려 지내다

주말 하루 골짜기에 들어서면 비로소 계절을 깨닫곤 한다.

 

누가 보거나 말거나

밤송이는 제법 모양새를 갖춰가며 가을을 기다린다.

저안에 그리움 가득한 속알맹이도 함께 커가고 있겠지....

 

 

 

해마다 추석 무렵이면  몇그루의 밤나무에서 제법 밤을 따서

작년 부터는 추석차롓상에 올리기도 했다.

골짜기 뒷편으로 몇기의 산소가 있어서

벌초하러 오거나 성묘하러 지나는 사람들이 재미삼아(?) 털어가고

좀 남으면 우리의 몫이 되는데....

처음엔 남의것에 손을 대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돼 맘이 불편했는데

그도 몇년 지나다 보니 그러려니 하게 되고

온전히 둥지를 트는 그날까지 그냥 공공지물로 생각하려고 맘먹었다.

 

 

 

허기사 세상에 온전히 내것이 무에있다고...

생각해 보면 저 밤나무도 기실 내가 심은것도 아니고

골짜기가 내것이 되면서 보너스로 묻어서 온것인 것을 좀 나누기로서니..

그래도 올해는 해걸이를 하는지 밤송이가 드문 드문 한듯하니

많이 안따가고  좀 남겨 놓았으면 좋으련만,

 

머리며 어깨를 밤송이로 맞으며 털어

야무지고 토실토실 살찐 알밤을 까보는 재미도 누려보게.

 

영그는 밤송이가 기다리는 것만큼

나도 그 가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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