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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가족

친정어머니

by 풀 한 포기 2006. 3. 30.

어머니는 26년생 범띠

우리 나이로 여든 하나가 된다.

 

구교 집안의 2남 5녀중 셋째

딸로는 둘째로 태어나

일제 강점기에 교육을 받았고

열 아홉에 정신대에 가는 걸 피해

바깥 일꾼이 셋씩이나 있던 외가에서

갖은 거라고는 건강과 신앙심 뿐이던 아버지와  혼인했다.

 

성당에서 치른 혼배성사 덕에

첫날밤에 신랑얼굴을 처음보는 불상사는 다행히 면했지만

시집으로 들어오는 인력거 안에서

느낌만으로도  언덕을 오르는게 역력해

산속 깊은 곳인 줄 알았다는 ...

게다가 인력거를 내리며 처음 본 시가의 초가삼간 오막살이는

...상상을 초월해 ...헛간에서도 사람이 사나?..

 

그 후로

부부간에 금슬은 좋아

자식을 여럿 두었으나 다섯 자식이나 어린 나이에 먼저 보내고

서른 하나에 낳은 딸이 바로 나..어머니에게 맏이 임과 동시에 외딸이다

내 밑으로 남동생 둘.

자식 키울 팔자가 아니라는 소리가 무색하게 여하튼 삼남매를 키워냈다.

 

다행인 것은 아버지가 부지런하고 이재에도 밝아

온국민이 가난하던 그때에

많은 호사를 누리며 살았다지만

호랑이 시어머니의 호된 시집살이와  어린 자식의 죽음...

그리 평탄했다고는 말 할 수 없겠다.

 

지병인 심장병으로 남편과 사별하고

쉰 넷에 혼자가 돼

세상 험한 것 모르고 살다가 얼마나 막막했을까..

 

어머니는

언제나 지금이 인생살이 중 가장 나쁜 때라고 말한다..

허기사  맞는 말이지 싶다.

하루 하루 ..점점 더..힘없고 ..

주인공에서 조연으로..조연에서 단역으로..

자꾸만 삶의 가장자리로 밀려나는..퇴장해야 하는

스스로의 의지 만으로 우아하게 살아지지 않는 나이니까...

 

그런 어머니가

늙고 여위어 겨우 삼태기 하나의 부피로

잠시  내곁에 와있다.

 

어린아이를 혼자 둔 것 같이

나의 퇴근길을 허둥거리게 만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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