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본채는 15평 별채까지 합쳐도 30평이 안되는 조촐한 집인데
그나마 대중없이 급하게 지어서 사실 실용성도 한참 떨어 진다.
아파트에만 살다가 처음에는 너무 불편해서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그러려니 옛날 시골집처럼 생각하며 살고 있다
사랑채를 들이며 구들방과 작업실/취미공간을 만들어 놓고
처음 작정은 안채와 사랑채를 분리해서 그 작업공간에서 차도 마시고 웬만한 접대는
안채까지 연결이 안되도록 할 셈이었는데
문제는 남편이 이 공간을 안 쓰고 일상생활이 안채에서만 이루어 지다 보니
거의 창고와 진배없는 공간이 되고 말았다.
요며칠 날이 더워 바깥일도 못하니 이곳을 어떻게 잘 정리해서
좀 깨끗하게(?)라도 변신을 시켜볼까 궁리하면서
창문가리개도 떼어 빨고 커튼봉도 새로 사서 달고 그랬다.
몇년 전에 광목천에 수를 놓아 만들어 걸었던 것.
벌개미취를 모티브로,
그 작업실 한쪽에 남편이 만들어 서실에서 쓰던 책꽂이 비슷한 것을 가져다 놓았었는데
이것 저것 잡다한 것을 선반 삼아 올려 놓다 보니
정신 사납고 지저분해서 그냥 안보이게 가려보자는 생각에
집에 있던 천으로 드르륵 박아 걸어 놓았다. ㅎ
전에 다섯째 동서가 집에 올때 두루마리로 한필을 가져다 준 천인데
용처가 없어 저것을 어디에 쓸까 궁리하다가 조금 잘라 이참에 일단 이곳에 가리개를 만들었다.
질 좋은 면이라서 잠옷이나 뭐 그런 것도 만들면 좋은데 그것도 작정을 하고 실천에 옮겨야 되지
바느질이 하자 들면 재미있어서 계속하게 되지만 한번 손을 놓으니 새삼스러워
차일피일 하고 있었다.
일단 정리를 시작했으니 조금 깔끔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급할 거 없고 천천히 소일 삼아 한가지씩 치우면 되겠거니...
장마는 이제 끝이 난듯하지만 주변으로는 온통 풀천지에
볼만한 꽃도 별로 없고 지저분하다
그나마 흰색의 플록스가 여기 저기 자리를 차지하고 꽃을 피워줘서 다행이다.
해거름에 피는 분꽃.
어른들이 예전에 분꽃이 피면 저녁 밥을 할 때라고...
수컷고양이 한 마리가 저 선반을 포기하지 못하고 화분위에 덜썩 올라가 앉아 있기도 해서
낮고 부드러운 화분 하나를 치우고 올라가기 어려운 것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래도 낮은 화분에 올라 가려고 해서 얇은 막대기를 꽂아 놓기까지 했다.
완벽하게 포기를 해야 할텐데...
벌써 7월의 마지막 날이다.
덥다 덥다 해도 그 끝이 저만치에 보이는듯 하다
오늘도 마을 회관에 급식봉사가 있어서
양배추며 감자 양파를 챙겨 내려가 짜장밥을 만들었다.
어제 만들었던 해파리 족발 냉채도 가지고 가고...
금선씨가 손주들이 방학이라서 와 있는 와중에도 나와서 애를 많이 쓰고 갔다.
아직까지 서로 좋은 맘으로 이렇게 봉사를 하고는 있지만
어디쯤에는 이것도 마침표가 있어야 힘내서 할 수 있을 듯하다.
'일상의 부스러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추와 씨름 (21) | 2024.08.09 |
---|---|
꽃들도 덥겠지...? (27) | 2024.08.03 |
덥다는 핑계 (22) | 2024.07.30 |
.덥고 습한 날씨. (16) | 2024.07.27 |
꽃보다 고양이 (14) | 2024.07.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