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가면 제일 먼저 보이는 풍경이다.
따라서 내가 맨 먼저 하는 일도 고양이 밥을 챙겨 주는 일.
밤새 비가 내려 얘들이 어디에서 잘 지냈나 걱정도 되고 그랬는데
한 녀석만 털이 좀 젖어 있고 나머지는 모두 뽀송뽀송한 게 비 안맞는 곳에서 잘 지낸 모양.
마당으로 나오니 수련 한 송이 반겨 주고
비가 좀 잦아 들어 우산을 쓰고 어제 심은 들깨가 괜찮은지
아랫밭에 내려가 보니 꼿꼿하게 모두 잘 살아 있더라.
어제 모두 잘 단속한다 했어도 비 바람에 쓰러진 것들 기둥을 박고 다 시 묶어 주고
점심에는 마을 친구들과 외암마을에 가서 막걸리도 한 잔하고
수구레국밥을 먹고 들어 왔다.
영란씨가 직접 기른 불루베리.
따는 것만도 일인 것을 이렇게 선물 받았다.
함께 만나 밥도 먹고 선물도 받고 좋은 6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남편은 이 장마통에 낚시약속이 있다고 준비를 하고
나는 그냥 두면 버리게 생긴 로메인을 갈무리해서 김치를 담았다.
끝물이라서 좀 세어져서 소금물에 절였다가 풀국을 끓여 열무김치 담듯 버무려 놓았다.
로메인 김치는 처음 담아 보지만 김치가 다 거기서 거기겠거니...
로메인의 좀 쌉쌀한 맛이 김치가 익으면 어떨런지 모르겠다.
남편이 낚시를 간 후 저녁 시간에
금선씨 부부가 장미 삽목하라고 부러 가지를 잘라 가져다 줘서
삽목하기 적당하게 잘라 일단 물꽂이를 해두었다.
올라온 김에 샐러드용 채소와 바질을 조금 뜯어 주고
목숙국 삽목 가지 몇개 잘라 보냈다.
장마가 길어 지면 밭에 있는 채소들도 망가질텐데
그러기 전에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장미 삽목가지를 자르다 얼마전에 물꽂이 해 둔 삼색버드나무가 생각 나서
물기 많은 아랫밭 가장자리로 몇 군데 꽂아 놓았다.
남편의 예초기만 잘 피한 다면 아마도 자리 잡아 뿌리를 잘 내리겠거니 그러면서 심었다 ^^
밤에 남편이 없는 한가한 틈을 이용해서 멸치꽈리고추 볶음을 한통 만들었다.
이 꽈리고추는 금선씨네가 모종을 사다 줘서 심은 것.
정말 커다란 것도 매운 맛이 하나도 없는 아삭이 꽈리고추다.
낮동안에 비가 안내려서 고추도 따고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었다.
장마 중에도 이렇게 간혹 맑은 날이 끼어 있으면 참 좋을텐데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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