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수염
늦은 점심을 먹고 아직도 비몽사몽 헤매는 나에게
미레가 나가자고 보채기 시작해서 못이기는 척 모자 하나 눌러 쓰고 밖으로 나왔다.
비소식이 있던 어제 금선씨와 마을형님하고 새로 조성한 꽃밭에 마무리 꽃모종을
심자 약속을 하고 남편차로 모종을 옮겨 놓고 뒤따라 내려 가니
그 때부터 비가 얼마나 세차게 내리는지...
그래도 기왕에 시작 했으니 비옷을 입고 모두 정신없이 심고 있는데
걱정이 됐는지 금선씨 부군께서 나오셨다가 함께 심어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밭이 워낙 넓다 보니 넉넉하게 가지고 내려갔다 싶은 모종도 모자라고
비도 내리니 어제는 그만 마무리를 하고 올라 와서
오늘 새벽 날이 밝자마자 디기탈리스를 비롯한 여러가지 모종을 밭에서 뽑아 가지고
내려 가서 해 올라 오기 전에 심는다고 혼자서 심고 있는데 꽃밭 길 건너에 살고 계시는
마을 형님 한 분이 보시고 나오셔서 함께 심어 주셨다.
참골무꽃
이 사실을 모르는 어제 함께 꽃을 심으셨던 형님께서
꽃모종 뽑으러 오신다고 전화를 하셨는데
이미 새벽에 다 심었다 하니 기막혀 하셨다 ㅎ
모종 뽑아 함께 내려가 심으려 했더니 그랬다고,
이러니 내가 아무래도 좀 힘이 들어 오늘은 집안 일도 미루고 빈둥거리는데
모처럼 여유만만 산책도 하고 보고 싶던 꽃도 찾아 보고
그도 나에게는 선물 같은 날이지 싶다
쥐똥나무
애기똥풀
돌나물
집근처에 여기 저기 안나는 데가 없어
나는 이미 잡초 취급을 하고 보는데로 뽑아 버리는 돌나물이다.
그 지긋지긋한 생명력에 질려 나는 절대로 돌나물은 먹지도 않는다 ㅎ
뱀딸기
보는대로 뽑아 내는데도 어디에 숨어 있다 기어이 꽃피우고
이렇게 붉게 열매까지 열렸다.
넝쿨줄기로 딸기처럼 번식을 한다.
일본삼색병꽃
병꽃중에서 내가 제일 이뻐라 하는 아이다
순백의 꽃으로 시작해서 연분홍을 거쳐 좀 진하고 탁한 수채화 물감같은 분홍으로
꽃잎끝의 경계가 분명하고 똑떨어지는 그 맛이 얘의 매력이다.
이 꽃은 내가 기르는 꽃으로 자생종은 아니다.
가막살 나무꽃
사실 오늘 집을 나선 이유가 이 꽃을 보기 위해서였다.
길에서 올려다 보는 산 가슭이나 작은 계곡 경사지에 여기 저기 하얀꽃이 피어 있다.
덜꿩나무꽃과 흡사하지만 이즈음에 피는 것은 가막살나무꽃이다.
덜꿩나무는 잎끝이 뾰족하고 가막살나무는 잎끝이 둥글다.
버찌
싸리꽃
미레를 데리고 어슬렁 거리며 걷는 길에서
이렇게 꽃을 찾아 보는 재미도 있고
초록으로 가득찬 주변을 둘러 보며 나도 곧 초록물이 들 것 같은 마음이 드는
아주 청명한 날을 만끽한 좋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