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뒤란 언덕으로 이렇게 심란하게 여러가지 잡목과 풀이 뒤엉켜 자라고 있다.
부엌 창을 통해 내다 보며 저걸 언제 깔끔하게 해주나
남편 눈치만 보다가 더 억세지기 전에 한번 자르는 게 좋지 않겠냐 했더니
저걸 뭘 지금 자르냐고 가을에나 자르지... 하이고
이 양반아 몇번 단정하게 자르다가
마지막으로 추석무렵에 더는 풀이 안 자랄 것을 믿고
마무리 제초작업을 하는 거지 저걸 계속 키우다가 그럼 가을에 자르겠다는 거냐고
기가 딱 막혀서 말도 안나오더라...
내 태도에 남편이 깨닫는 바가 있었는지
심기일전 풀과 잡목을 걷어 냈다
반시감나무 두 그루가 있는 언덕인데 이렇게 멀끔해졌다.
마음 먹고 하면 이렇게 하는데 그 마음을 당췌 안먹는 게 문제다.
남편이나 나는 본시 그리 부지런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나마 나는 일을 보면 움직여 하는 편이고
남편은 그 일을 아주 애껴서 조금씩 하거나 말거나 그러는 편이다 ㅎㅎ
시골살이는 부지런한 사람이나 하는 것인데 나는 좋아서 하고 있지만
남편은 좀 억지로 하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은 마을회관에서 세 가지 행사가 있었는데
첫째 점심 식사 봉사는 짜장면을 해서 어르신들께 대접해 드렸고
식사 후에 친환경 비누만들기를 유구읍 주민자치회에서 나와
친환경 교육과 비누 만들기를 했고...
그 다음 오후에는 체조교실이 있었는데 나는 두 가지 만 참견하고
힘들어서 체조는 나머지 분들만 하시라 하고 집으로 올라 왔다.
집에 올라 오니 그래도 꽃이 반겨 줘서...
디기탈리스가 네 가지 모두 꽃이 피었다.
같은 흰색이어도 한 가지는 깨보숭이...
그리고 색이 좀 진한 것과 연한 분홍.
피곤해서 모처럼 낮잠을 조금 잔 후 저녁나절에는
하우스에 심고 몇 포기 남은 바질을 밭에 옮겨 심었다.
오늘 일은 여기가지만 하려고 했는데 건너다 보니
강낭콩이 자라 줄을 띄워줘야 되게 생겨서 고추줄로 줄을 매주고...
차일 피일 미루던 길섶의 국화있는 곳도 거름을 훌훌 뿌려 주었다.
그리고 끝이냐...
모종 옮겨 심은 것들은 물도 한 번 줘야 될듯 싶어 호스를 끌고 다니며
물도 주고,
저녁 밥이 밥통에 남아 있는지 어쩐지 확인도 못했는데
바로 저녁시간.
하루가 또 이렇게 바쁘게 지나갔다.
특별할 것 없는 날이였지만 오늘은 유독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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