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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일상의 부스러기

철 모르고 핀 개나리 같이

by 풀 한 포기 2023. 12. 2.

가랑코에

오늘 오전에 남편의 친구 한 사람이 전화를 했다.

남편의 대응이 그닥 반가워하지 않는듯 하여 주의 깊게 들어 보니

전화를 한 사람과 또 다른 친구 부부가 우리집에 와서 1박을 하며 송년회를 하자고...

저간의 우리집 사정을 모르고 이런 제의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친밀한 사람도 아니라는 거.

몇 년전에 느닺없이 와서 하룻밤 묵어 간 일이 있기는 하지만 그 때는 그 때고,

더구나 일면식도 없는 자기 부인을 대동해서 두 집 부부가 오겠다니

물론 그러면 어떻겠냐고 우리 의향을 물어 본 것이기는 하지만 이건 아니지 싶다.

우리가 아직은 누구를 청해서 대접하며 즐거운 자리를 마련할 만 하지도 않을 뿐더러

이런 경우 대부분은 우리가 초청을 해야지

막무가내로 올 사람들이 정해서 오겠다는 것은 좀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는 동창관계로 아주 친한 친구는 아니어도 근황 정도는 아는 사람이긴하지만

우리와는 성향도 다르고 양지지향적인 사람이어서 그야말로 사회 저명인사들과

교류도 활발히 하고 대학동문회 회장도 하고 뭐 그런 사람인데

절대로 우리처럼 살라고 하면 못 살 거면서 부럽다느니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마도 어릴적 추억여행 정도를 우리집을 통해서 하고 싶은 일종의 감정사치가 아닐까...

남편이 적당히 거절하겠지만

그렇게 불편한 모임을 우리가 자진해서 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만 남편에게 확실히 말했다.

흉허물 없는 친구들이야 무시로 드나들어도 그간 좋았지만

지금은 그도 삼가하고 있는 중인데 좀 난감한 제안이라 생각한다.

나의 한계다.

싫고 아닌 것은 미련을 두지 않게 단호하게 거절하는게 옳다고 생각 한다.

남편은 나와 좀 다른 입장일지 모르지만

내가 그 모든 사정을 가납할 만큼 여유로운 마음이 아니어서 좀 매정하게 말을 했다.

때를 모르고 핀 한겨울의 개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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