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한번 만들어 먹자고 참 오래도 걸렸다.
지난 추석에 굴비 선물셋트가 들어 왔었는데
크기나 모양은 선물용(?)이니 그럴듯했다는...
열 마리가 들어 있었는데 맛난 굴비 구이를 기대하며 세 마리를 구웠는데
결과는 좀 실망스러웠다
나머지는 그냥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아무래도 그냥 먹기는 좀 그렇다 싶어
날이 추워지는 11월에 들어섰을때 생선 건조망에 넣어 좀 더 마르라고 걸어 두었다.
좀 딱딱하게 마른 보리굴비 수준이 되어야 될듯해서 기다려도 부지 하세월.
기다리기 지루해서 어지간히 꾸덕해졌을때 머리도 떼어 내고 손질을 해서
다시 말리기를 여러날
드디어 오늘 그 굴비를 살짝 쪄서 남은 가시를 발라 내고 잘게 찢었다.
양념으로는 고춧가루,물엿,매실청,통깨,참기름을 잘 섞은 다음
손질한 굴비를 넣어 무쳤다.
꼬들한 것이 그냥 처음에 먹었던 굴비와는 차원이 다른 깊은 맛이 있다.
전에 남도 여행 중에 굴비 고추장무침이 아주 작은 젓갈병에 담아 파는걸 사려했더니
엄청 고가여서 그냥 돌아 섰는데
내가 만들어 보니 그게 하나도 비싼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처음에 제법하던 크기도 마르니 많이 오그라들어 한없이 작아 지고
게다가 가시도 바르고 살만 찢어 놓으니 굴비 일곱마리가 한 줌밖에 안되더라. ㅎㅎ
흰 쌀밥을 물에 말아 굴비무침 한 점 올려 먹으니
부러울 것 없는 아주 깊고 담백한 맛이 그럴싸했다.
먹고 나서 생각하니 기왕이면 녹차물에 말아 먹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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