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설 즈음에 사골을 한솥 고아서
떡국도 끓이고 곰국으로도 두고 먹고 애들도 좀 나누어 주고 그러는데
올해는 괜시리 귀찮은 생각도 들고 그래서
그냥 건너 뛰고 떡국은 고기를 고아서 끓여 먹을까...했더니
며느리가 무슨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반골 소꼬리 한 벌을 보내 왔다.
사태도 조금 포함해서...
양이 제법 되어서 커다란 양푼에 핏물을 빼려고 담가 놓았다
날이 춥지 않으니 바깥 수도도 얼지 않고
가까이에 가마솥도 있고 해서 우물가에서 물을 갈아 주고 있다.
애벌 끓인 물은 버리고
다시 물을 잡아 가마솥에 끓이고 있다.
이제 겨우 두어 시간 끓이는 중이라서 제대로 우러 나려면 아직 멀었다.
덕분에 아궁이 앞에 앉아 불멍도 하고 나쁘지 않다.
소꼬리는 너무 오래 끓이면 고기가 맛이 없어서
나중에 넣은 사태고기와 함께 적당히 익은듯하여 미리 건져
살만 대강 발라 놓고 뼈는 다시 끓이고 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밤새 두었다가 내일 아침에 굳은 기름을 건져 내고
다시 고아 주면 뽀얗고 깨끗한 곰국이 되지 싶다.
발라 낸 고기에서 기름 부위는 좀 더 떼어 내고
먹을 양만큼씩 곰국에 넣어 한소큼 끓이면 아주 진한 꼬리 곰탕 맛을 보게 되겠다.
설 연휴 동안 아주 요긴하게 끼니를 해결하게 생겼다.
며느리가 어찌 내 마음을 알고 하던대로 하라는듯 절묘한 타이밍에 보내 주다니...ㅎㅎ
게으름도 아무나 피우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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