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일상의 부스러기

구사일생

by 풀 한 포기 2021. 5. 18.

아직도 잠을 자고 있는 배롱나무

지난 겨울 혹한에 아마도 동사 한듯...ㅜ.ㅜ.

어릴 때 윗가지만 한번 냉해를 입었다가 그래도 잘 견뎌 내고

여름이면 풍성하게 붉은 꽃이 왔었는데 이젠 정말 간 모양이다

발등으로 빨간 새순이 서 너개 나오고는 있는 것을 보니 뿌리는 살아 있는듯,

그러나 어느 천년에 이렇게 자라 꽃이 피겠는가

 

결국 베어 낸 석류나무

이곳 유구는 충청도 속의 강원도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근방의 다른 곳보다 유난히 추운 곳.

겨우 겨우 살아 내다가 지난 겨울 너무 추웠나 보다

어차피 꽃 몇 송이 본게 20년 동안 전부.

이 곳 하고는 안맞는 나무이니 미련을 버리기로 했다.

온통 푸르고 고운 꽃이 필 때 늦게까지 죽은듯이 있는 것도 보기 싫었는데

그동안 들인 정성이 생각 나지만 잘가라~~~

 

그래도 장한 대봉감 나무

다른 감나무들은 잎이 푸르러진게 언제인데 감감 무소식이어서

동사했구나 포기하려던 찰나 `나, 살아 있어요` 여기 저기 새 잎이 나오고 있다

더러 죽은 가지도 있지만 일단은 살아 있다는게 중요하다

 

처음 단감 나무하고 대봉 감나무를 심을때 이곳에서는 안된다 했는데

다른 것들은 다 죽어 밑둥치에서 나온 순이 고욤나무가 되었는데

다섯 그루 중 유일 하게 살아 남아 해마다 감이 열렸었다.

 

이쁜 수형은 포기해야할 정도지만 구사일생했으니

세월 지나 오늘의 아픔을 딛고 잘 자라기를 ...

 

그래도 새롭게 자라는 참죽나무 삽목가지

가죽나무순을 따면서 잘라 낸 윗 가지를 여나믄 개 삽목을 했는데

오늘 보니 두 개에서 새순이 나오고 있다 기다리면 더 살아 내는 것들도 있겠지 싶다

 

세월이 가며 자연스레 없어 지는 것들도 있고

또 새롭게 심어 자라는 것들이 있으니 가는 것들을 너무 안타까워 하지 않을 일이다

'일상의 부스러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씨앗 지키기  (0) 2021.05.24
오월에 장마철 같은 날씨  (0) 2021.05.20
기우(杞憂)이기를...  (0) 2021.05.13
5월에 우박이...  (0) 2021.05.07
일치하는 않는 지문입니다  (0) 2021.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