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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골짜기 풍경

사월에도 춥다

by 풀 한 포기 2021. 4. 15.

남편이 갈아 놓은 밭에  서리가 하얗게 내렸다

4월에 이리 추워서야....

이밭에는 토란 한 줄 고구마 두 줄 나머지는 메주콩을 심을 예정이고

저 끄트머리 쪽으로는 작년 처럼 천일홍과 봉숭아 같은 일년초들을 

쭈욱 심을 작정이다

 

거름을 펴고 이랑을 만들어 놓으면 그 다음부터가 내가 할 일. 

요즘 한 주먹씩 뜯어 먹고 있는 돌미나리밭.

서리 맞고 아주 춥다고 아우성이다

곧 해가 떠오르면 풀리겠지만 때 아니게 놀랐겠다.

 

엊그제 청주 사는 시누이 부부가 와서 온갖 나물을 한짐 뜯어 갔다.

어디 먼데로 나물 뜯으러 갈 일이 없이

내 터 안에서만 해도 넘치고 넘치더라.

 

남편의 형제들은 8남매인데 그 시누이가 딱 하나 있는 남편의 동생.

남편은 남자 형제중 막내여서 늘 막내라 불렸고,

진짜 막내인 시누이도 막내라 불리웠으니 두 막내가 모여 하루를 보낸 것.

가까이 아산에 사시는 셋째 시숙을 남편이 가서 모시고 와서 모처럼 막내 여동생과 만나게 해드렸다.

자랄 때는 부모님 밑에서 우애 좋게 지냈어도 이렇게 나이 들어 만나기는 

집안에 큰 일이나 있던지 해야 되니 유일하게 시누이 부부가 찾아 오는 우리집이 

형제들 만남의 장이 된 셈.

 

함께 모여 모처럼 식사도 하고 나물 뜯으며 같이 놀이를 하듯 지내고

된장 고추장에 말린 표고 생표고 갈무리 해 두었던 묵나물까지

그야말로 친정에 다니러 온 딸 바리바리 싸서 보냈다.

부모님 돌아 가시고 안계시니 오빠인 우리집이 친정이지...

 

올해 팔순이신 시숙께서는 막내 제수인 나와 막내 여동생인 시누이에게 

용돈을 주시고...ㅎㅎ

이 나이에도 용돈을 주시는 어른이 계시니 ,

 

분홍 빈도리

빈도리는 키워 보고 싶었던 꽃나무인데 선물로 받았다.

오전에는 꽃밭에 올라 오는 쇠뜨기를 뽑느라고 몇 시간 호미질을 했고

점심에는 밖에서 점심 약속이 있어 두어 시간 나갔다 오고

집에 돌아 오니 먼데서 온 택배 꾸러미가 놓여 있었다.

보자 마자 풀어 여기 저기 심고 나니 너무 힘들어서 사진도 못남겼다가 

해가 진 다음 나가서 플래시를 터뜨려 얘만 사진을 찍었다.

꽃 봉오리가 맺혀 왔으니 꽃까지 보는 호사를 누리게 생겼다.

 

어제 오늘 나도 몇 가지 없지만 택배꾸러미를 꾸려 꽃을 시집 보냈다.

 

꽃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늘 받기만 하지만

어쩌다 한 번 나도 뭘 보낼 수 있을때가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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