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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밥상

도랑 치고 가재 잡고

by 풀 한 포기 2021. 3. 23.

집앞 경사지에서 풀을 뽑으며 씀바귀를 캤다

온갖 잡초가 벌써 자리를 차지해서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어

호미 들고 나섰더니 씀바귀도 함께 있어서 가려 가며 따로 뽑았다.

 

어릴때 할머니께서 봄에는 쓴나물을 먹어야 입맛이 돈다면서

씀바귀나 민들레 고들빼기 로 나물을 해주셨는데

그때는 그 나물을 안먹으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그야말로 도랑 치고 가재 잡고 풀 뽑으며 실달래도 캤다

다른 풀들하고 엉켜 있어서 함께 캐낼 수 밖에 없었지만 너무 어려서...

다른 곳에 달래 밭이 몇군데나 있으니

몽땅 뽑아 없애도 되어서 뽑아 놓고 나니 아까워서 추려 달래 무침을 했다

 

 

풀을 매다 보니 눈개승마도 제법 먹을만하게 자란게 보여

몇줄기 잘라 와서 데쳐 저녁상에 올렸다.

그야말로 풀때기 밥상이다.

시골살이 중에 봄에 누리는 최고의 호사가 이 풀때기 밥상이 아니겠는가 ㅎㅎ

 

눈개승마는 처음수확한 것이니 데쳐서 초고추장에 먹었지만

많이 자르면 데쳐 말려 묵나물로 만들었다가 육개장 끓일때 넣는 것이

그중 맛나게 먹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오죽하면 고기나물이라는 별칭이 있을까...

 

 

나물을 나만큼은 좋아라 하지 않는 남편때문에

섭섭할까봐 자반 고등어 한마리 굽고 쇠고기무국을 끓여 상을 차렸다.

 

봄에 나는 나물은 모두 보약인지라 뭐든지 먹을 수 있다

지천에 먹는 풀이니 언제든지 소쿠리 하나 채우는 것은 일도 아니다.

참으로 복받은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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