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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재미삼아 농사

고추를 땄다

by 풀 한 포기 2020. 8. 12.

모처럼 비예보가 없는 날

 이제까지 미뤄왔던 일을 오늘 해치울 작정을 하고

식전부터 텃밭에 내려가 풀을 뽑았다 더 두었다가는 씨를 받게 생겨서....

얼마나 많은지 두어시간 뽑은게 산더미다

힘들게 모아 두엄더미에 갖다 쌓아 놓고 풀은 여기까지,

아침 먹고 남편은 예초기로 마당과 밭둑을 깍기로 하고

나는 눅눅하니 구들방에 불을 피우고 불이 잘 붙은걸 확인하고 장작을 맘껏

아궁이 그득 밀어 넣고 고추밭으로 내려 갔다

오후에 밖에 나갈 일이 있어 점심 전까지만 따면 될거 같아서

처음에는 여유만만 풀도 뽑아 줘가며 고추를 땄는데 햇볕도 나고 날씨가 좋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엄청나게 내려서 밭고랑이 넘실거릴 정도가 되었다

하루라도 비가 안내리면 그야말로 하늘에 가시가 돋는지...해도 해도 너무 한다.

기왕에 베린 몸..비 맞은 김에 그대로 그 비를 다 맞고 고추를 따냈다

사료푸대로 다섯개 반 .

 

해도 한번 제대로 못보고도 붉게 익은 고추.

다른때 같으면 지금쯤 두물고추 따고도 남았으련만 이제 겨우 첫번째 딴것이다.

그래도 이것도 황송감사 다 떠내려 간곳도 있는데 ,

 

오후에 외출했다 돌아 와서 비맞으며 딴고추라서 물이 줄줄 흐르니

그냥 놔둘 수가 없어서 씻어 건조기에 넣었다.

헌데 아주 일을 몰아 하라고 하는 하늘의 계시인지 갑자기 건조기가 스위치가 자꾸 떨어진다

여기 저기 들여다 본들 뭘 아나..A/S센터에 전화를 하니 차단스위치를 교체하란다

말은 간단하다고 정말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남편도 전기는 문외한이라서 해체할때 사진을 찍어 놓고

전기재료 파는곳에가서 차단 스위치 한개 사다가 분해한 역순으로 조립을 해서 끼웠다.

이걸 우리가 못하면 출장수리를 오긴한다는데 전라도에서 와야한단다.

제발..기도하듯 스위치를 넣었더니 신기하게도 작동이 된다.

 

긴장마에 딴 금쪽같은 고추 다 썪히게 되나 걱정했는데 천만다행이다

남편과 마주 보며 자화자찬 `우리는 시골에 살 자격이 충분하다` 그러며 안도를 했다

어쨋든 우리 힘으로 뭐든 해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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