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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골짜기 풍경

가을입니다

by 풀 한 포기 2015. 9. 17.

 

가을입니다

 

 

                      김재진


한 그루 나무이고 싶습니다.
메밀꽃 자욱한 봉평 쯤에서
길 묻는 한 사람 나그네이고 싶습니다.
딸랑거리며 지나가는 달구지 따라
눈 속에 밟힐 듯한 길을 느끼며
걷다간 쉬고,걷다간 쉬고 하는
햇빛이고 싶습니다
가끔은 멍석에 누워
고추처럼 빨갛게 일광욕하거나
해금강 바라뵈는 몽돌밭을 지나는
소금끼 섞인 바람이고 싶습니다.
플라타너스의 넓은 잎이
구두 아래 바지락거리는 이맘 때
허수아비처럼 팔을 벌린 내 마음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목화

 

 

 

목화열매

배초향

 

 

가을을 기다리는것이 어찌 나 뿐이겠는가

봄부터 소쩍새가 울었는지 어쨋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내 꽃밭에는

가을을 기다리는 꽃망울이 하나 가득이다.

나는 이 국화가 피기를 기다리고

이 아이는 가을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을까

모두를 기다림에 들뜨게한 가을이

바로 코앞이니

너무 애닯아 하지 않아도 되겠다.

 

 

 

 

 과꽃

 

수염며느리밥풀

꽃가지

 

이질풀

 맨드라미

 

 

이 기다림은 이제 가을이 되었으니 끝이라고

잠자리 한 마리

방점을 찍듯 맞춤한 자리를 찾아

미동도 없이 앉아 있다.

 

이쯤에서는

나도 마음갈피 잘 추스려

고요히 머물 일이다.

가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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