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정리하다
오래된 책 몇권을 다시 보게 되었다.
오래 되었다고해서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거나
대단한 희소성이 있는것은 아니고
본시 천주교를 믿는 집안이다보니 옛어른들이 간직하셨던 종교서적일 뿐...
한권은
일종의 종교입문서라고 할 수 있는
`성교백문답`
또 한권은
좀 더 심도 깊은 종교인의 자세에 관한 지침서랄까
`성찰기락`
그리고 또 한권은 경향잡지를
일년치정도 묶어 놓은 것.
성교백문답의 표지
얼마나 많은 손길이 닿았던지
닳고 닳아 제목의 글씨조차 보이지 않는다
성교백문답의 안 표지
우리 어린날 교과서에 한 낙서처럼
붓으로 글씨 연습을 한 흔적.
천주 강성 일천팔백팔십사년 갑신
부주교 박요왕 역준
그러니까 1884 갑신년에 부주교 박요안이라는 분이
번역해서 발행했다는...
문답형식으로 교리를 배울 수 있게 엮은 책인데
그 첫문장이
문 `천주 두글자를 어떻게 푸느냐?`
답 `하늘의 임금이시니 천지 만물을 내신 참 주~시오 만인의 공번된 아비시니라`
나도 어릴적에 이런 古文으로는 아니지만 같은 내용의 교리책으로
배웠던 기억이 있다.
아마 천주교에서는 이것과 같은 교리책이 지금도 있을것이다
문장이야 현대식으로 바뀌었겠지만...
성찰기락의 표지
성찰기락의 안 표지
부주교 안 안도니 저술
감목 쟝 시메온 감쥰
천주강성 일천팔백팔십이년 임오 즁간
1882년 임오년에 중간을 했고
부주교 안 안토니오 저술.
감목 장 시몬 감준
그 첫문장은
성세의 기이한 은혜를 받은 후에 사람이 다시 죄를 범하면
곧 마땅히 영벌로 정하여 주실것이로되 천주 지극한 인자하심으로
차마 사람을 버리지 못하사 죄 사함을 다시 얻을 법을 세우시니곧 이 고해성사라....
그러니까 영세를 받으면 원죄가 사해지고 죄가 없어지지만
다시 죄를 지었을때 어떻게해야 죄사함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글이 이 책의 서두이다.
나는 집안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지금은 거의 마귀수준의 삶을 살고 있지만
신앙생활이 예전에는 얼마나 엄중했는지 새록새록 기억이 떠오른다.
이 책의 말미에는` 죄칠종`을 기록해 놓았는데
첫째 교오--자기를 과도히 높이고귀히 여김이라
둘째 간린--사물을 과도히 사랑함이라
셋째 미색--색에 미혹함이라
넷째 분노
다섯째 탐도--음식을 과도히 사랑함이라
여섯째 질투--시기하여 남의 복을 슬희여함이라(슬희는 무슨 뜻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일곱째 해태--게으름이라
그러고 보니 사는게 모두 죄란 말? 아이구..
어렸을때 늦잠이라도 잘라치면 할머니께서 해태죄라고 혼내셨는데...
천주교에는 지금도 경향잡지가 있지 않을까
나 여렸을때만해도 읽을거리가 부족하던때라서
경향잡지 한권을 여러집에서 돌려 보고했는데...
이 잡지는 1926년도 것이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일년치정도를 묶어서 보관하면서 보고 또보고 했을테니
앞뒤 여러장이 소실 되었다..
더러는 뉴스도 실리고..
1926년 4월 26일에 이왕이 별세했다는..
이 시대에는 잡지에
각종 뉴스는 물론이고 성경공부및 그야말로 어리석은 백성을 계도하는
내용의 논설이나짧은 소설(이야기)도 있고
덕국이라던가 인도, 로마 등등 세계의 소식도 알려주고
만물상처럼 온갖것이 다 실려 있다.
이 책은 나의 외가에서
우리 어머니를 거쳐 나에게 까지 온
역사깊은 책들이어서
종교와 무관하게 오래 보존하려하고 있다 이미 내게 온지도 20년쯤 되었다.
두권의 책은 131년 133년전의 것이고
잡지 묶음도 90년이 되어가니 ...
천주교 역사박물관이나 가야 볼 수 있지 않을까.
대부분 집안에서 이런것을 보관하고 있는집은 아마도 흔지 않을 것이다.
은근히 잘 보관해야겠다는 사명감 비슷한 마음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