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에 천리향 두그루를
겨울을 바깥에서 날 수 있다는 그 말을 철썩같이 믿고
골짜기 앞마당에 심었다.
그러나 말만 그렇지
겨울에 짚으로 보온을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살아 날 기미가 안보이더니
아주 늦게 겨우 잎파리를 조금 내밀어 살아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그 뿐,
겨울에 꽃봉오리를 키워 이른 봄에
그 향을 천리까지 풍기며 꽃을 피워야 하는데
겨우 목숨을 지탱하는것으로 할일을 다한듯 그만이었다.
그 후로도 몇년을 벼라별 보온을 해서 겨울을 나게 했으나
결론은 저어기 남쪽 어디쯤이면 몰라도
우리 골짜기에서는 가당치도 않다는 것만 깨달았다.
한그루가 동사를 면치 못하자
지난가을에 하는 수 없이 화분에 나머지 한그루를 옮겨
남편의 작업실에서 겨울을 나게 했더니
간신히...이렇게 꽃망울 을 매달았다.
허나 이미
나무의 형태도 일그러지고
볼품이 없게 되어 버렸다.
게으른 나는 화분에 옮겨 따로 건사하고 어쩌고 하는 것 못한다.
꽃도 웬만하면 한번 심어 놓으면 진득하니 그 자리에서 나고 지고 하는게 좋고 ㅎㅎ
손이 많이 가는 원예종은 아무리 이뻐도 그저 그렇다.
그러하다보니
우리 자생종 소위 야생화라 알컫는 것들이 맘에 들고
내 성격에도 맞아 골짜기에는 대부분 그런 꽃들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치대는 사람은 아예 가까이 하지 않는다 .
물론 나자신도 애시당초 요구가 없는 사람이기도 하고,
갑자기 지나치게 친절하거나 들러 붙으면
겁이 덜컥난다.ㅎㅎ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뭐 이런 생각이 들면서 한발짝 뒤로 물러나게 되니
나도 좀 별난 사람이다.
그저 은근히 정이들고 천천히 가까워져서 오래 함께 하는 그런 사람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