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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일상의 부스러기

천리향.

by 풀 한 포기 2013. 3. 21.

 

 

몇년전에 천리향 두그루를

겨울을 바깥에서 날 수 있다는 그 말을 철썩같이 믿고

골짜기 앞마당에 심었다.

 

그러나 말만 그렇지

겨울에 짚으로 보온을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살아 날 기미가 안보이더니

아주 늦게 겨우 잎파리를 조금 내밀어 살아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그 뿐,

겨울에 꽃봉오리를 키워 이른 봄에

그 향을 천리까지 풍기며 꽃을 피워야 하는데

겨우 목숨을 지탱하는것으로 할일을 다한듯 그만이었다.

 

 

그 후로도 몇년을 벼라별 보온을 해서 겨울을 나게 했으나

결론은 저어기 남쪽 어디쯤이면 몰라도

우리 골짜기에서는 가당치도 않다는 것만 깨달았다.

 

한그루가 동사를 면치 못하자

지난가을에 하는 수 없이 화분에 나머지 한그루를 옮겨

남편의 작업실에서 겨울을 나게 했더니

간신히...이렇게 꽃망울 을 매달았다.

 

허나 이미

나무의 형태도 일그러지고

볼품이 없게 되어 버렸다.

게으른 나는 화분에 옮겨 따로 건사하고 어쩌고 하는 것 못한다.

꽃도 웬만하면 한번 심어 놓으면 진득하니 그 자리에서 나고 지고 하는게 좋고 ㅎㅎ

손이 많이 가는 원예종은 아무리 이뻐도 그저 그렇다.

그러하다보니

우리 자생종 소위 야생화라 알컫는 것들이 맘에 들고

내 성격에도 맞아 골짜기에는 대부분 그런 꽃들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치대는 사람은 아예 가까이 하지 않는다 .

물론 나자신도 애시당초 요구가  없는 사람이기도 하고,

갑자기 지나치게 친절하거나 들러 붙으면

겁이 덜컥난다.ㅎㅎ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뭐 이런 생각이 들면서 한발짝 뒤로 물러나게 되니

나도 좀 별난 사람이다.

 

그저 은근히 정이들고 천천히 가까워져서 오래 함께 하는 그런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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