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도시에서 특별한 일이 없는 한은 어김없이
내려가는 내 골짜기.
태어나 어린날과 꿈많던 여고시절까지를 고향에서 보낸 후
쭈욱 이어지던 타향살이.
결혼후에도 어딘가 늘 허전한 부평초 느낌의
떠돌이 같던 긴 나날들.
같은 도시에서 삼십년을 살아도
이곳사람이 아닌 늘 낯선 이방인의 삶.
참으로 오랜 동안 꼭 돌아가야 할곳으로 가지 못하고 있는 병을 앓으며 살다
정말 오지스런 내 골짜기를 보고는
두번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남은 날들을 이곳에서 보내리라 작정하고 나니
그날 이후의 내 삶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돌아 갈 곳이 있다는 것.
그건 언제나 절대적인 내 편이 하나 생긴 것 같은,
등뒤에 든든한 울타리 하나 생긴 것 같은,
가슴 가득 훈훈한 온기가 피어 나는 그런 느낌.
산골짜기 돌밭에 지나지 않는
경제가치로는 말도 안되는 곳이지만
비로소 내 고향이 다시 생겼다.
십년 가까이를 꿈만 꾸다가
남편이 먼저 내려가 그간 주말에만 드나들던 일을 접고
오두막 한 칸을 마련했으니
이제, 나는 언제던지 그리운 그곳으로 갈 수가 있다.
아직 한쪽발을 도시에서 떼어내지 못하고 있지만
하루 빨리
모든것을 가벼이 털어 내고
내 그리움의 끝으로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