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무엇이더냐?
옛날 옛날 한옛날에나 쓰던 탈곡기인데...참.
어찌하여 이 물건이 우리 골짜기로 이주를 해왔는고 하니
골짜기 다랭이논에 해마다 쌀농사라고 짓고는 있는데
그것이 말이 농사지 진짜 농부가 본다면 거의 장난 수준인지라
어디다 명함 내밀 처지도 아니지만
그래도 남편은 질시심으로 한해도 안거르고 논농사를 고집하니
구경꾼인 나야 뭐...구경만 잘하믄 되니 무심히 넘기곤 했는데
해마다 모내기부터 벼베는 일까지도와 주시는 동네 아저씨 한 분이
차라리 저 놈을 구할 수 있으면 구해 보라고 부추기니
뭘 모르는 울 서방 저어기 어디 신도시로 동네가 다 헐린다는 곳에 수소문을 해서리
거의 골동품 수준의 값을 치르고 사온 것이다.
기계가 오지 못하는 골짜기이고 사실 어디 기계를 디밀만큼 농사가 많은 것도 아니지만
벼를 낫으로 베어 동네로 운반해서 남의 집 벼를 벨때 아쉬운 소리를 해가며
품삯 또한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지불해야하고 그러니 까짓거
저 놈만 있으면 한 두어 시간이면 털 수 있다고 큰소리에 본인이 해주신다니
울서방 말은 잘들어 덜컥 일을 내고 말았으니
올해까지는 동네 내려가 탈곡을 해왔지만 내년이 심히 걱정이 된다.
아주 어릴적에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 거의 새 것으로 보존이 되어
기름만 치면 아직도 훌륭히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게 생겼다.
경북 김천 출생이라는 표시까정 선명하고...
어찌 되었든
머잖아 내골짜기에 농기구 박물관을 개관하는 경사가 나지 않을라나..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