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날 여름 한철 무탈하게 보내려면
저 익모초즙 한사발을 할머니 성화와 함께 들이켜야만 했는데...
진저리가 처질만큼 쓰디쓴 ...
색깔은 어찌 그리 검푸른지,
마녀가 세상의 온갖약초를 다 넣고 끓여 만든 것 같은 색 ㅎㅎㅎ
그러나 추억속의 그 약사발을 이젠 아무도 권하는 이 없음이
오히려 쓸슬하게 느껴지는 날들이다.
그러나
이제 어렴풋이 시작 된 가을날.
안개비속의 익모초는 내게 그저 작고 여린 꽃일 뿐...
어디에도 그 독한 쓴 맛의 흔적은 없고,
한 점 바람에도 흔들리는
수줍은 꽃잎으로
골짜기 풀밭을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