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에 있는 논둑에
버드나무 한 그루가 있다.
그다지 볼품이 있다거나
대단한 쓸모가 있을듯 싶진 않지만
그냥 나무니까 ...
저만큼 자라려고 많은 날들을 보냈을테니까
있는 자리에서 자라도록 내버려 둬 주기라도 하는게
최소한의 예의 같아서 두고 보고 있다.
지난해 남편이 논에 그늘이나 지고
다른 덩굴식물과 엉겨서 지저분하다고 베어 버리려는 걸
무당벌레가 버드나무에 산란을 한다는
사실인지 나도 잘모르는 구실을 들어 겨우 말렸는데,
지난주
황사경보가 온나라를 우울하게 만든날.
골짜기에 들어서며 올려다 보니 산을 배경으로
황사바람이 무색하게
연두빛 안개처럼 가지끝으로 여린 새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한참 물오른 나무를 보며
참.
이쁘다.
역시그대로 두길 정말 잘했다.
세상 어느것 하나 아무 의미 없이 있는건 없다.
그런 생각도 해보고
본시 이뻤는데
이쁘게 볼 마음 준비가 안되었었던게 아닌가
버드나무에게 슬며시 미안한 마음까지 들어
이렇게 반성문을 써보기까지 한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