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맑을때 보게 한번 다녀 가라...는
느닷없는 어머니의 부르심에 놀래 친정엘 다녀 왔다.
연세도 있으시고,
늘 고롱고롱 하신 터라 아슬아슬 그랬었는데...
그래도 그렇지 두어주 전에 뵐때 그다지 나빠 보이지 않으셨는데..무슨.
동생의 전언에 따르자면,
신부님 모셔 와라..종부 성사를 받아야겠다..고 하셨다지..
이건 보통일이 아닌 거 같았다.
게다가 전혀 드시는게 없어 겨우 선식을 미음처럼 묽게해서 조금씩 드린다니,
노인 건강은 장담 못한다지만 ,
아직 마음으로 용납이 안되는데,
어머니를 놓아드릴 준비가 안됐는데,
허둥 지둥 친정엘 당도하니
뜻밖에 어머니께서 거실에 나와 계신다.
동생 말이 오늘은 조금 나아지셔서 그렇다고...
어제만 해도 일어나 앉지도 못하시고
화장실 출입도 못하셨다고 한다.
그래도 휴우...금새 일당하는 줄 알고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데,
생각 보다 괜찮으신 모습을 뵈니 안심이 되면서
무슨 특별한 말씀이 하고 싶으신게 있는지
자꾸 의중을 떠봐도 아무 말씀을 안하신다.
그저 늘 하시던 손주들 걱정..딸.사위 걱정..
힘이드셨는지 틀니도 귀찮다고 빼놓고 말씀을 하시니
자세히 듣지 않으면 알아 듣기도 어려웠지만
특별한 말씀은 없으셨다.
어머니 뵙고..확인(?)을 했으니
이젠 돌아 와야 할 시간.
작은 아이같은 어머니를 두고 돌아 서려니 발길이 무겁고
늘 곁에서 수족노릇을 하는 동생이 고맙고 안스러워 바로 쳐다 보기가 힘들었다.
같은 자식인데 무거운 짐을 다 떠맡긴 것 같아 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
다행히 자상하고 효심깊어 어머니가 편히 계시니 다행한 일.
돌아 오는 길에
남편에게 투정부리듯..
- 엄마는 정신 맑을때 한번 보러 오라고 하시더니 아무 말씀도 안하시네..
난 뭐 특별하게 하실 말씀이 있다고...
- 보고 싶다고 하셨으니 그냥 보여 드렸으면 됐지...무슨..유언?
- 응, 그런 거.
- 철없긴...어머니께서 무슨 ...
- 아니 일테면 ..내가 비록 신사임당처럼 훌륭한 어머니는 아니었지만 너희를 사랑하는
마음은 세상 누구보다 더했다..라든가..뭐 이런 품위 있는 한말씀.
- 어머니가 그래도 조금 괜찮아 보이시니 별 쓸데 없는 소릴 다하네..
당신이나 나중에 애들 불러 모아 놓고 그런 품위(?)있는 유언 해..참..별..
정말 다행이다.
오래 견뎌 주시진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그날이 오늘 아니면 내일은 아닐듯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