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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부자로 살기/윤세영

by 풀 한 포기 2006. 10. 31.


      부자로 살기 여행하기에 참 좋은 계절이다. 사람들과 어울려 여행하다보면 유난히 감동을 잘 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덤덤한 사람이 있다. 작은 것에도 감탄하며 즐거워하는 사람과 여행하면 덩달아 신이 난다. 그래서 한 가지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 이것저것 설명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무덤덤한 사람을 보면 힘이 빠져서 대충 살펴보고 돌아서게 된다. 우리의 인생도 여행이라고 볼 때 부여받은 시간과 공간은 비슷할진대 늘 감동하며 사는가 하면 늘 불만족스러워 하며 사는 사람이 있다. 부자로 산다는 것은 많이 누릴 줄 안다는 것, 즉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충분히 느끼고 즐기는 감동의 개념이다. 즐거우면 엔돌핀이 솟지만 감동을 받으면 엔돌핀의 4천배인 다이돌핀이 솟는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소유한 게 많아도 엔돌핀, 나아가 다이돌핀이 솟지 않는 삶을 산다면 진정한 부자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한때 ‘무소유’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무소유란 결국 큰 게임을 하자는 의미로 나는 해석한다. 소유하지 않음으로써 이 세상 모두를 내 것으로 즐긴다는 것이다. 등기부등본에 등재된 것만이 내 집이 아니라 내가 머무는 이 땅이 다 내 공간이고, 내 가족만이 나의 사랑이 아니라 내가 만나는 세상사람 모두 나의 사랑이라는 열린 마음 말이다. 어디 매인 데 없으니 자유롭고, 자유로우니 자신도 타인도 구속하지 않는다. 그러니 또한 사는 게 즐겁다. 젊은 날에는 부자가 되는 길이 ‘쌓아가는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비워가는 일’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서 뿐 아니라 그것을 자식에게 대물림까지 하려는 욕심으로 세월을 다 보내고 있다. 결국 내가 쌓은 탑이 자식에게는 제대로 의미전달조차 될 수 없는 바벨탑임을 모르고 끊임없이 쌓고 있는 셈이다. 진정한 부자가 되어 행복하고 싶다면, 당장 자기가 좋아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언젠가 돈과 시간이 있다면 해보리라 맘먹었던 것을 시작하자. 요즈음 50대에 이르러 치열한 현직에서 물러선 후, 사진을 배우는 분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오늘 만난 분도 그랬다. 화려한 경력을 뒤로 하고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한 후 개인전을 연다고 찾아왔다. 그 분은 장성한 아들 결혼시켜야 되지 않느냐고 주변에서 걱정하면 “아들이 결혼할 준비가 되면 하겠지요”라고 답한다고 했다. 좋은 직장에 다니는 훌륭한 아들로 키웠으니 이젠 아들이 자신의 능력대로 인생의 스케줄을 짜길 바란다는 것. 노새처럼 자신의 짐 뿐 아니라 자식의 짐까지 지고 쩔쩔 매는 사람들을 보다가 그 분 말씀을 들으니 속이 확 트였다. 세상에 이렇게 쉬운 일인데 실은 나부터도 속으로 ‘두 아이 결혼시킬 때’에 묶여 있지 않았던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자유로워지면 되는 일이었는데 말이다. 자꾸 덧붙이려고 하니까 부자가 되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덜어낸다는 것 역시 덧붙이는 일 못지않게 어려운 일이긴 하다. 그러나 슬슬 부자로 사는 연습을 해볼 일이다. 부자가 못 되었던 게 아니라 부자인 줄 모르고 살았던 것뿐이니 이제 제대로 세상을 품어 즐기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 늘 즐겁고 풍요로운 마음으로. <사진예술 11. Editor 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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