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길.1 / 강연호
내 밀려서라도 가야 한다면
이름만이라도 아름다워야지 비단길
허나
지나는 마음 쓸쓸하여 영 자갈밭일 때
저기 길을 끌어가는 덤불숲 사이로
언뜻 몸 감추는 세월의 뒷모습 보인다
저렇게 언제나 몇
걸음 앞서 장난치며
어디 헛디뎌봐 헛디뎌봐 유혹하는
허방이여, 온다던 사람 끝내 오지 않아서
기어이 찾아나선 마음 성급하다 발
거는 걸까
잠시 허리 굽혀 신발끈이나 고쳐 매면
흐린 물둠벙에 고인 행색
더는 고쳐 맬 수 없는 생애가 엎드려
있다
앞서거나 뒤쳐지는 게 운명이라서
대상의 행렬은 뽀얀 먼지 속에서도 유유한데
비단길, 미끄러운 아름답게 나를 넘어뜨릴
때
어디 經을 외며 지나는 수도승이라도 있어
저런 조심해야지, 일으켜주며 세상의 홍진
온전히 털어내는 법
가르쳐줄까
물음표처럼 휘어진 등뼈 곧추 세울수록
먹장구름은 다시 우르르 몰려와 기우뚱거린다
지나가는 저 빗발 긋는
동안이라도
내 멈춰서지 못하는 건 영영 모래기둥으로 변할
몇천 년의 전설 두렵기 때문이 아니다
밀려서라도 가야 할 인연의
사슬
질기니 이름만이라도 아름다워야지 비단길
얽힌 마음 다잡아 걷다 보면
길 잘못 들었다며 앞을 가로막는 이정표조차
그렇게
정답고 눈물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