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에
마을에 사는 지인이 한묶음 준 율무모종을 심었는데
살아 생전 처음 보는것이라 어찌 기르는지도 모르고
그저 심어 놓고 보기만 했는데
알아서 잘자라고 열매도 맺고...그러나
사상초유의 여름가뭄에 속절없이 빈 껍질이 대부분.
추수해 놓고도 제대로 영글지 못한 것을 골라내야하는데
차일 피일하다가 겨우 끝을냈다.
아주 션찮은 것은 버리고 그래도 반쯤 알맹이가 들은것은 못버리고
새모이로 주려하니 딱딱해서 절구에 빻기로 했다
맛이 있으면 잘먹을까 싶어 땅콩을 섞어서...
어머님이 쓰시던 쇠절구
골짜기에 갖다 놓고도 용처가 없어서 한귀퉁이에서 녹이 슬고 있었는데
드디어 그 쓰임이 생겼다.
결혼해서 시댁에 가니 어머님께서
이 절구에 통고추를 넣고 찧어 열무김치를 담고는 하셨는데
그 기억이 있는 나는 그냥 버려지는 것을 볼 수가 없어서
집에 가져와 아파트 베란다에 두었다가
골짜기에 집을 지은 후에 가져다 둔 것이었다.
가끔 기름칠도 해두곤 하지만
생활도구로 자주 써야만 길이 들어서 매끈한데
아무래도 쉬운 기계로 무엇이든 하다보니
이 귀한 절구가 제구실을 못한다.
그래도 바라다 보면 옛생각도 나고
그것만으로도 됐다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