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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골짜기 풍경

빈둥지

by 풀 한 포기 2007. 6. 18.

                                          

                           

 

 

솜털도 제대로 나지 않은 모습을 보고 왔는데

그 어린 새는 이미 둥지를 떠나고

이렇게 빈둥지만 남았다.

어미가 물어다 주었을 이름 모를 열매의 씨앗만을 남긴채....

 

 

일생이 비교적 짧아서인지

짐승들은 참으로 빨리도 자라서 어미품을 떠나 홀로서기를 하는 것 같다.

한주일새에 부화하고 또 한주일이 지나니 날아가고

겨우 두주일 사이에 스스로 먹이를 구하고 살아갈 힘을 길러 둥지를 벗어나다니...

 

요즘

나이를 보아서는 진작에 결혼을 해도 되었을 딸이

버티기로 일관하는지라

반강제로 등을 떠밀어 독립을 시키려고 궁리 중이다.

 늦은 결혼을 많이 하는 세태이기는 하지만 엄마의 마음으로는 좀 그렇다

해서 결혼으로 내곁을 떠나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겠지만

나름 독립 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된다고 생각되어서 그러기로 딸과 합의(?)를 보았다

 

마침 세를 주었던 아파트가 비게 되어서

좀 수리를 해서 이사 시키기로 작정하고 나니 그도 만만치 않다.

아무래도 결혼 보다 비용이많이 들게 생겨서..이거 잘못 생각한건 아닌가 슬그머니 후회가 들까 걱정이다. ㅎ

전세금 돌려줘야지, 리모델링 해야지,게다가 각종 가전제품에 기본적인 살림도구 장만해줘야지..참.

새들은 날개짓에만 자신이 붙으면 훌쩍 떠나버리더구만,

 

그러나

이런 저런 궁리를 하면서 은근히 내가 독립하는 기분이 들어 내심 신나기도 하니 이무슨 조화람.

큰방은 작업실겸 침실로...작은방은 옷방으로...씽크대는 무슨색이 좋을까..

벽지는? 참 화장실도 고쳐야지..등등

 

딸내미도 내보내고 나면 아들 녀석도 학교앞에 가있으니 집에는 달랑 우리 부부만 남는다.

머잖아 저 새둥지 처럼 빈둥지로 남게 되겠다.

그래서 자식들 다 떠나보내고 오는 우울증이 빈둥지 증후군이라고 한다던데,

설마 이렇게 씩씩한 척 사는 나에게 그런게 쳐들어 오지는 않겠지...

 

빈둥지 증후군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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