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 저래 심란한 가을과 겨울을 맞으며
일상으로 해야하는 김장도 해야 할 당위성을 잃어버린채 미루기만 했다.
까짓...김치만 먹이면 될거 아니냐고,
유난스레 김치에만 까탈을 부리는 서방을 둔 덕에
김치 서너 가지야 기본으로 담가 먹기는 했지만...
한마디로 의욕상실 ..김치가 대수냐고,
그러고 있다가 느닷없이
지난 월요일 퇴근길에 배추를 들이고...밤으로 절이고..
쫓기듯이 김장을 해치웠다.
토요일에 집으로 오기로한 친구에게
내가 담은 김치가 요긴하리라는 생각에..
백김치와 동치미...나머지 보통의 김치는 나와 다른 친구의 몫으로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미친듯이 일을 몰아쳐서 해대니..
이런 나를 남편은 집안 살림만 하는 사람도 김장 한번하면 몸져 눕던데
어쩔라고 그러냐고..쯧쯧.
사람은 누군가에게 쓸모가 있을때 살아갈 의욕이 생기고 보람이 있는 것.
한주일 내내 친구에게 뭘먹일까..뭘 해서 가는 길에 들려 보낼까..
동동거리며 모처럼 생기나게 지냈다.
가까이에 있을때 더 신경 쓰고 잘 해줄걸.
새삼스레 물리적인 거리가 속상하다.
마음과 동시에 손끝이 닿을 수 있는 거리가 아닌 것이..
허나..
이런 내 마음과 음식 몇가지가 소용이 될 수 있는 건지..
쓸쓸하다.
속수무책.
무력감.
이 시간 내 안에 있는 것의 정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