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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일상의 부스러기

파란만장 주말

by 풀 한 포기 2025. 6. 15.

어제 토요일은 친정조카의 결혼이 용인에서 있어서 
다른 모든 일을 미루고 그 결혼식에 참석하는 일정만 예정 되어 있었는데
금요일 아침 갑자기 생각지도 않게 애기고양이 한마리를 집안에 데려왔다.
목요일 저녁나절에 낳은지 삼일도 안된 애기고양이가 대문간에 한마리 떨어져 있어서
에미고양이가 이소를 하다가 잠시 떨구었나 하고 그냥 두었다가
금요일 식전에 나가 보니 그자리에 그냥 있으니 이건 에미가 버렸다 싶어 
안고 들어와 체온을 높여 주고 거의 굶고 저체온일 거라 생각 되어
뭘 먹여야 되는데 그렇게 갓난쟁이 고양이를 ...ㅜ.ㅜ.
궁여지책으로 멸균우유를 데워 주사기로 조금 씩 먹이니 버둥거리며 기운을 차리더라.
그래도 그 멸균우유로는 해결이 안되는 것을 알아도 아직 탯줄이 달려 있는 
애기고양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그래도 살아 있으니 뭐라도 해줘야 되지만 정말 막막.
그러다 저녁에 아들이 오고 어제 토요일에 아침 일찍 우유 조금 멕여 놓고 
길을 나서 용인에 가서 결혼식을 참석하고 
그곳에서 큰 동물병원을 찾아 가서 상황을 말하고 초유성분이 든 분유와
젓병을 사가지고 왔다.
우리가 다시 올때까지 살아 있을지도 알 수 없었지만 아무 것도 없이 그냥 올 수가 없어서...
 

 
젓병을 소독하고 설명서에 있는대로 조제를 해서 분유를 먹여 놓았다.
이 나이에 쥐방울만한 고양이 육아를 하게 되다니...
 
여름이어도 에미가 있으면 포근하게 감싸줄테지만 그게 안되어서 
담요에 뭐에 싸고 싸놓아도 싸늘...
온열 소파에 전기를 넣어 올려 놓고 있다 보니 궁즉통이라고
춘배집에 깔아 주려고 사놓았던 전기 패널이 생각나서
창고에서 그걸 찾아서 전기를 꽂아 올려 놓았더니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어제 부터 어디선가 애기 고양이 울음소리가 밖에서 들려서 찾아 보아도 못 찾다가
오늘 아침에 헛간 이층 다락에서 나는 소리라는 것을 알고 
남편보고 올라가 보라 했더니 어미고양이가 새끼 네 마리를 끼고 있더라고,
옳다 됐다 싶어 그게 걔 어미인지는 알 수 없어도 그곳에 합사를 시켜 줬다.
사람손이 탔던 애라고 거부만 하지 않는 다면 해피엔딩인데..
아직 자세한 상황은 모르고 일단 그곳게 함께 데리고 있는 모양.
 
파란만장 1부는 여기 까지고 2부
오늘 아침 미레를 데리고 나갔던 남편이 들어 오며 큰일 났다고,
연못에 커다란 고라니가 빠져 죽었다고 한다.
그물망을 쳐 놓은 연못에 들어 갔다가 그 그물에 걸려 익사한 것.
아침 식사 후 남편이 시내 신발가게에 가서 멜빵 달린 전신 물장화를 사와서 신고 
연못에 들어가 고라니를 치우고 그물망을 손질했다.
 

 
모두의 정신건강상 고라니 장례식의 사진은 생략.
 

 
거리가 있어서 서둘러 출발 했더니 생각 보다 일찍 도착해서
잠시 예식장 옆 까페에서 아이스라떼 한 잔.
곰돌이 모양틀에 커피얼음을 얼려 포인트로 올려 주더라...
식이 끝난 후 가족사진 촬영에 점심식사를 하고 서둘러 고양이가 걱정 돼서 내려 왔다.
제발 살아만 있으라고 하면서,
이미 죽은 고양이는 여럿 땅에 묻어 주기도 했지만 살아 있으니
어쨋든 최선을 다해서...
 

 
고양이, 고라니 걔들 일은 걔들이고 나는 나대로
커다란 연화분을 두개 사들여서 많이 번진 수련을 분주하고 그러려고
일을 잔뜩 벌려 놓고 있었는데 그 일이 한번 에 후딱 되는 일이 아니라서...
저 자리에 있던 오래된 네모난 나무 화분이 낡아 그 화분의 흙은 다른 화분에 퍼 옮기고 
그 나무화분을 들어 내고 저 화분을 두개 놓고
물화분 밑에 흙을 깔고 황토를 덧 깔아 주고 먼데 있던 수련 함지를 남편과 구루마로  실어 나르고
다시 옮겨 심고 자우간 파란만장하는 와중에 일은 일대로 했다는...
또 아들이 와있으니 밥도 해먹이고  소소한 반찬 몇가지 해서 싸보내고,
 
게다가 오늘 오전엔 우리토종 마늘도 캤다.ㅎㅎ
남편이 내일 통영으로 여행을 떠나서 그 사람이 미리 숙제를 하는 바람에...
 

 
홍산마늘은 더 있다 캐도 된다고 그냥 두고
나는 조금 심은 돼지파를 캐서 널어 놓았다.
종자용으로 자잘한 것은 조금 따로 떼어 놓고 껍질이 단단해 지기 전에 
껍질을 벗겨 갈아서 냉동에 두었다가 김장때 쓰면 된다.
 
연일 비가 들어 있던 일기예보가 빗나가서 오히려 햇볕이 쨍쨍.
저녁 6시 이후에 비소식이 있어서 좀 이따 오후에는 마을 형님들과 함께
마을 꽃밭에 꽃모종을 내다 심기로 했다.
참으로 다채로운 일들이 망라된 주말이 지나가고 있다.
 

 
그래도 꽃은 피고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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