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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좋아하는 것

찔레꽃

by 풀 한 포기 2009. 6. 6.

 

 

 

 

찔레꽃

                       송기원

 

 

처음부터 어려운 길인 줄 모르지는 않았지만

그대를 잊는 일이 하도 깊어서

어질머리 흔들리는 봄날 저녁이면

갈 수도 돌아설 수도 없는 그런 지경에서

꿈결같은 사람냄새를 맡곤 하였습니다.

한 번 돌고, 두 번 돌고, 또다시 도는

그런 산모롱이 아래 아늑한 곳에서는

개짖는 소리, 된장국 냄새, 밥짓는 연기 속에서

마을의 불빛들 하나 둘 밝게 켜지고

처음부터 어려운 길인 줄 모르지는 않았지만,

그대를 잊는 일이 하도 깊어서

갈 길도 돌아설 길도 모두 어둠 속에 묻혀버릴 때

그대 대신에 느닷없는 수천수만 찔레꽃 송이들

무언無言, 무언으로 피어올랐습니다.

그렇게 그대 대신에 피어올라서

돌아설 한 가닥 외길 비추어주었습니다.

 

 

 

찔레꽃 꽃 덤불

                            김용택

 

아직도

촉촉하게 젖은 눈을

너는 찾지 못했느냐

하얀 찔레꽃이 진다

지는 찔레꽃잎을 따라

어둠 속을 향해 가는 우리들의 손은 얼마나 짧으냐

햐얗게 기운 너의 한쪽 어깨가

어둔 강물에 젖는다

인생은,

사랑은,

때로 너무 쓸쓸해서 더는 걸을 수가 없구나

더는 걸을 수 없을 때

너는 술잔을 앞에 놓고 흔들린다

덧없이 흘러가는 봄밤이 외로워

한없이 흔들린다

술잔에 어른거리는

불빛들도 어디에 가 닿지 못해 술잔에 부딪쳐 떨며 사라진다

울지 말거라

울지 말거라

꽃이 지는 찔레나무 찔레꽃 하얀 덤불 꽃 덤불처럼

가는 봄날을 울지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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