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햇살 뜨겁던 한여름
나무 한 그루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겼다.
그저 우뚝하니 보기 좋아
더러 더러 올려다 보기도 하고
바람에 나부끼는 잎새 사이로
언뜻 보이는 하늘도 눈부시게 아름다워
제대로 바라 볼 수 없었지만
그냥
마음 한자락 걸쳐 놓았다.
물오르는 소리를 귀대고 고요히 들을 수 있는
봄날 하루
비바람에 부러질듯 꺽기는 그 허리 부여잡고
노심초사 지새운 폭풍우의 여름
신산스런 가을날 속수무책 흩날리는 낙엽
그리하여
나목으로 맞이한 겨울
아직 그 사랑 피워 올릴 숨길 남아 있는지...
알아 낼길 없는 조바심.
봄 날은 멀고....
그 나무는 내게 조바심치지 말라고
조바심은사람을 지치게 한다고
무심하게
그저 봄이 오길 기다려 보라고
기다리면 오지 않겠느냐고
이 여름에도 그렇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