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가 익어 간다

앵두가 붉게 익어가는데 그저 꽃처럼 바라다 보기만 한다
누구 먹을 입이 없다.
우리 어렸을 때는 먹을 것이 모두 귀한 때이니 앵두가 익기 무섭게 서로 먹겠다고
달려 들어 따고 그랬는데,
이제는 더 크고 달디단 각종 과일이 지천이니 누가 이 시금털털한 앵두를 탐할까

누구의 소행이냐
글로디올라스 무더기 안으로 누군가 들어가서 신나게 한판 놀고 나갔다.
고양이라고 하기에는 면적이 너무 넓고
고라니에게 혐의를 두자니 그 또한 애매하다.
꽃이 피면 이쁘지만 무게가 감당이 안되어 일찌감치 말뚝을 박고 줄을 쳐 놓았건만
이런 만행을...

석죽패랭이
한때는 대여섯가지의 꽃이 무더기 무더기 많이도 피었었는데
슬금슬금 그 세가 줄어 들어 지금은 이렇게 세 가지.
다른 것들에 비해 좀 홀대를 해서 그런가 좀 찔린다.


키작은 다알리아
이상하게도 나는 다알리아를 기르는 재주가 없는지
몇년 기르다 보면 슬그머니 가버리기 일쑤.
그래도 좀 기르기 쉽다는 거 두 가지를 심어 보았다.

농원에서 덤으로 얻어 온 가자니아.
주객전도 얻어 온 것이 더 화려하게 눈길을 끈다.
얘는 해가 있을때만 피고 저녁이면 다시 오므라드는 해바리기더라

게임콕 검은 자주의 특별한 색이 사진으로는 도무지 재현이 안된다.
실제로 보는 것은 참 이쁜데 한꺼번에 모아서 피지 않으니
사진 한장에 풍성하게는 담을 수가 없는 은근 까탈쟁이다.

크레마티스가 절정이다.

어제는 마을회관 급식봉사 하는 날.
농사지은 배추를 주셔서 겉절이도 하고...
소고기미역국에 두부조림 김구이 오이소박이 조금 간결하게 차려 대접했다.

오늘은 식전에 모여 꽃밭 풀매기를 하고...
꽃을 보자하니 그 수고가 만만치 않다.
이곳 말고도 다른 두곳도 모두 풀을 뽑아 주니 꽃을 볼 염치가 생겼다는,

마을친구가 동생네서 죽순을 따왔다고 나누어 줘서
가마솥에 불을 지펴 삶아서 물에 담가 놓았다가
한번 볶아 먹고 나머지는 소분해서 냉동에 두었다.

열무를 심어 놓고 아침 저녁 물을 줘가며 공을 들여도 당췌 잘 자라지가 않다가
이제 좀 꼴이 난다 싶으니 고라니가 슬슬 와서 한줌씩 잘라 먹어서
더 있다가는 고라니만 좋은 일 시키겠다 싶어 몽땅 뽑아서 김치를 담았다.
보기보다 그리 연하고 맛나지가 않아서 김치맛이 어떨지 조금 걱정이 된다.
열무는 속성으로 자라야 연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