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 풍경

이른 장마

풀 한 포기 2025. 6. 21. 18:13

 
비에 쫓겨 어제 식전에 심은 들깨.
물 안주고 심은 게 어디냐 그랬지만 비가 너무 세차게 내려 괜찮으려나 걱정스러워
아침에 잠시 비가 주춤한 사이에 내려가 보았다.
생각보다 모종이 작지만 꼿꼿하게 잘 살아 있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에도 들깨 심자 마자 비가 내려 똑같은 걱정을 했던거 같다.
농사일은 일년 주기로 쳇바퀴돌듯 그렇게 하면서도 왜이리 서툰지...
 

 

평소에는 거의 건천인데 비가 내릴 때만 개울이다.
그래도 이 물로 밭농사 짓는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상류에 작은 댐(?)을 만들고 호스를 연결해 놓아서 언제든지 밈놓고
밭에 물도 주고 허드레 물도 쓰고 그런다.
다른 한 쪽은 이곳보다 물은 많지만 접근성이 떨어져서
그곳은 그냥 호스 한 줄 연결해서 다른 쪽의 밭에 농업용수로만 쓰고 있다.
 

 
비가 내리며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서 고추가 쓰러지고 부러지고,
비가 잠깐 그친 사이에 내려가서 중간에 끈으로 고정해주고 
줄도 한 줄 더 띄워줬다.
비 오기 전에 미리 한 줄 더 쳐놓았으면 좋았을걸 그랬다.
보기에는 두 줄이지만 세 줄째 .
두번째 줄을 띄워줄 때 마을 형님께서 놀러 오셨다가 새로 묶지 않고 
기왕에 묶었던 첫번째 줄을 두번째 자리로 올려 매주는 신박한 방법을 시연해 주고 가신 것.
 

 
다른 집은 가지도 크게 열렸던데 우리는 이제 겨우 꽃이 피고 있다.
화학비료를 주라고 다들 권하는데...
퇴비만 주고 버티고 있으니 ㅎ
남편이 고추에 혹시 웃거름 줄 때 얘도 줄지 모르겠다.
 

 
비가 내려도 필 꽃은 피고...
마을 친구에게서 받아 온 당아욱이 꽃을 피웠다.
 

 
보기엔 귀엽지만 농작물에는 해충이다,
잎도 갉아 먹어 구멍이 얼마나 큰지 게다가 열매채소에 달팽이가 지나가면
그 길이 흠집이 된다.
거칠고 딱딱하고 갈색으로,
처음에는 그냥 봐 주다가 요즘은 보는대로 망설이지 않고 잡아 낸다.
 

 
버찌

 

감꽃이 우수수 떨어진 게 엊그제 같은데
수정이 된 감꽃은 애기감을 물고 있다.
저렇게 수정이 되어서도 또 떨어지고  다 자라서도 떨어지고 
몇 개나 남아 익을지는 아직 모른다는,
 
어제 오늘 비가 제법 많이 내렸지만 비가 조금 적게 올 때 틈을 봐서
꽃모종도 옮겨 심고 고추밭도 손 봐 주고 아주 부지런을 떨었다.
안에 있으면 자꾸 밖이 궁금해서 나가고 싶은 이 마음이 나는 참 행복하다
하는 일이라고는 풀을 뽑거나 꽃을 심거나 아주 지극히 단순한 일이지만
그 일이 생각을 정리하고 안정감을 주는 천직으로 여겨 진다. 
 

 
비가 내리는 시간에는 안에서 바질 페스토를 만들었다.
농사지은 바질을 조금 뜯었으니...
손질한 바질과 견과류, 잣을 넣는게 정석이긴 한데 원낙 바싸서
잣 조금에 호두에 아몬드 캐슈넛까지 넣었다.
파마산 치즈가루와 마늘 올리브 오일을 넣고 소금 한꼬집과 함께 갈아 버리면 간단하다
우선 먹을 것 조금만 덜어 놓고 지퍼팩에 담아 냉동에 넣었다.
필요할때 한쪽씩 떼어 해동하면 금방 만든 것 같다.
냉장에 두면 색도 변하고 금방 다 못먹으니,
바질페스토 만들 때는 미리 식빵 한쪽을 구워 놓는다
믹서에 붙어 있는 페스토를 씻어 내듯 빵으로 훌터 먹어야 아깝지 않고 
뒷정리도 깨끗이 되니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