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부스러기

특별히 하는 일도 없는데 왜 이리 바쁜지...

풀 한 포기 2025. 4. 24. 15:53

 

비 오기 전날 엄나무 순을 조금 따고 비 그치고 다음날이니 이틀 지났는데

애기 주먹같던 엄나무순이 이미 다 피어 버렸다.

아직 연하니 그래도 따야지 싶어 낚시 간 남편을 못기다리고 

내가 톱으로 나무를 베어 가며 한소쿠리 따서 데쳐 저장도 하고 

작고 연한 것은 무치려고 데쳐 놓았다.

오가피순도 하룻사이 쑥쑥 자란다.

 

봄에는 나물을 장만하기만도 하루 해가 짧은데

낚시가 더 중요한 남편을 믿고 있다가는  모두 때를 놓지고 만다.

어깨도 션찮고 톱질도 서툴지만 어쩌겠는가

시골살이는 뭐든 닥치는대로 일을 해야 살아갈 수 있으니...

 

 

 

마을 형님께서 연한 열무를 주셔서 얼갈이 한 줌 넣고 

슴슴하게 물김치를 담았다.

쪽파의 알뿌리가 단단하고 커서 갈아 넣었더니 허연 부스러기 같은게,

익어 먹을 때가 되면 거슬리지는 않겠거니 하는데 얌전해 보이지가 않는다.

 

 

어찌됐나 궁금해서 열어 본 오늘 아침의 열무김치

아직도 허연 부스러기가...ㅎㅎ

 

엄나무 순을 따다 보니 금새 또 표고버섯 자란것이 보여

끙끙거리며  한소쿠리 따서 햇볕에 내어 널었다.

표고 안나온다 눈치줬더니 좀 쉬고 싶은데 쉴 수도 없게 만든다.

 

 

어제는 또 마을회관 급식봉사의 날.

봄에는 나물밥상이 진리라서 집에서 삼겹잎국화나물을 베어 가고

부녀회원 한 분이 집에서 딴 두릅을 가져 와서

어르신들께 나물밥상을 제대로 대접해 드렸다.

오전에 마을회관에 내려가 일을 하고

올라 오며 마을 형님댁 하우스에 들러 열무를 얻어 오고 거기에 아욱과 쑥갓도 주셔서

감사하지만 모두 다 일거리..^^

저녁에 아욱국을 끓이고 쑥갓도 데치고 오가피 엄나무 모두 데쳐 

나물거리를 마련했다.

남편은 금강으로 밤낚시를 갔으니 나 먹자고 모든 나물을 무치게 되지 않아서 

데쳐만 놓고 먹을 만큼만 덜어 밥 한숟갈 넣어 고추장에 쓱쓱 비벼

혼자서도 나물 비빔밥을 해먹었다는,

 

 

아무리 바빠도 꽃은 봐야지

홑겹의 주황명자가 피고 진짜 빨강색의 명자도 피고 있다.

이 빨강은 뭐라 말 할 수 없게 특별한 색이다.

 

 

벚꽃 지고 나니 영산홍이 피기 시작이다.

하두 요란한 색이어서 가끔 째려보기도 하지만 

그 화려함이 얘들의 미덕인 것을 어찌 할까.

흰색도 있기는 한데 걔는 화기가 조금 늦어 이제 봉오리를 키우고 있는 중이다.

집앞 비탈면에 풀들을 어쩌지 못해 영산홍으로 덮듯이 심었는데

봄 한 철 아주 무당집 같다 ㅎㅎ

 

 

아로니아

 

유럽분꽃이 분냄새를 온사방에 흩날리며 거의 만개했다.

이 꽃이 필 때면 꽃보다도 냄새를 쫓아 가게 된다.

 

 

어쨋든 유채밭

유채와 냉이가 반반...

남편이 고랑에 제초제를 뿌려 준다 하고는 그냥 냅둬서  이도 저도 아니게 되었지만,

 

 

라일락도 분꽃 못지 않게 향기가 좋다.

자극적이지 않은 연한 향기 ...그래서 품격이 있어 보인다.

 

 

매화 발발도리

 

 

매발톱꽃도 한 두송이씩 피어 나고 있다.

내가 이뻐라 하는 색은 차츰 사라지고 교잡된 우월한 (?)유전자의 꽃만 살아 남아

결국은 아주 비슷한 색의 꽃들만 넘쳐 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