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 풍경
꽃길
풀 한 포기
2013. 9. 25. 18:08
골짜기로 들어서는 길 옆으로
눈괴불.고마리. 물봉선이 흐드러졌다
남편이 예초기로 풀을 베면서도
꽃이라고 다 남겨 놓고 그 주변으로만 정리를 해서
그 꽃길을 따라 한참을 걸을 수가 있다.
늘 나만 꽃으로 보고
남편은 그저 풀이었던 관계로 베어져 버렸었는데
드디어 남편도 개안을 한 것이다 ㅎㅎ
논둑옆 고랑에서
오가는 이 모두 그저 풀이려니 보아넘겨도
그중 단 한사람
꽃으로 보아주는 이 있다면
분홍의 봉긋한 꽃망울 한껏 힘내어 열어 보일 일이다.
나...
고마리 어여쁜 꽃.
가을이 오는 길목을
온통 노랑으로 물들이는 눈괴불주머니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 작은 계곡을 따라
아주 길게 꽃길을 만들어
자꾸 자꾸 걷고 싶게 만드는 꽃.
살다보니
정말 이렇게 꽃길을 걷게 되는 날이 왔다 ㅎㅎ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않고
그냥 꽃만 보기로 한다
이 가을 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