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한 포기 2012. 12. 30. 21:55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설국이라는

소설이 생각나는 풍경이다

이른 아침 일어나 보니 밖은 온통 하얀 세상

제법 낭만적이게 보이지만

어떻게 내려가나...그 생각 뿐.

구들방에 재미들려 주말마다 열심히 내려오는데

갈길이 구만리라서 맘껏 즐기지도 못한다.ㅜ.ㅜ

 

 

 

 

늦은 저녁부터 흩날리더니

아침엔 제법 쌓여 눈속에 갇히고 말았다

오가는 이 없는 적막이 하얗게 내려 앉았다

 

 

 

저눈을 털어 내고 잘 달래서

내려가야 할텐데...

잘 할 수 있을려나....

 

 

 

요며칠 그래도 기온이 많이 내려가지 않은탓에

개울물은 얼지 않고 졸졸 소리를 내며 흘러

마음이라도 얼어버리지 않게 해주는듯,

 

 

 

 

 

남편이

넉가래로 길을 내고 있다.

대강이라도 치워야 나를 바래다 줄 수 있을테니,

파미 녀석은 어찌나 붙임성이 좋은지

눈을 치우는 뒤를 끝까지 졸졸 따라 다닌다.

다른 녀석들은 매어 있기도 하지만,

솔이는 그냥 두어도 얌전하고 수줍어서

집앞에서 쳐다보기만 하지 따라 나서지는 않는다.

 

 

눈을 치우는 우리 걱정과는 아무 상관없이

하늘은 시치미를 뚝떼고

이렇게 청명하다

사그락! 소리를 낼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