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 풍경
그 좋던 봄날이 가고 있다
풀 한 포기
2012. 5. 6. 22:29
봄 이 오긴 했었던가
순식간에 저만치 달아 나려는 봄날의 끝에서
흔적이라고 백두옹이 되어 버린 할미꽃이 있다
흰머리를 풀어헤진 저모습.
정말 할미스럽다.
텃밭 한가운데
노란 장다리꽃이 피었다.
늘 갓꽃만 피다가 올해에는 순무도 함께 피었지만
이리 멀리에서 바라 보면 구분을 할 수 없게
꼭 닮아 있다.
그냥 노란 꽃,
해마다 피는 꽃인데
이때쯤 피는것인지 깜짝 놀라게 되는 병꽃나무.
지난번 골짜기에 있을때는
아무 조짐도 없었는데 그사이 만발이다.
봄날은 하루가 다르다.
철죽인지 영산홍인지
암튼 풀이 무서워 여기저기 심어 놓은 것들.
이들도 이젠 끝물
진한 다홍이 좀 지쳐 보이기까지 한다.
말발도리가 피려 할때 올라 와서
이미 다 져버렸으면 어쩌나 조바심을 쳤는데
다행이 아직 남아 있었다.
별스럽게 귀하진 않아도 봄에 하얗게 피는 말발도리
골짜기에서 자생하는 품종이다.
금낭화가 아직 피어 있으니 봄이다.
여름이 성큼 밀려 오면
저 복주머니 금세 떨구게 될테니
지금 실컷 보아 두어야 할 일이다.
영산홍
송기원
내가 너를 더듬고
네가 나를 더듬어
온 산에 무더기를 이룬다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열흘이 아니라
찰나간에 스러진들 어떠랴.
스러져,바닥 모를 허공으로
붉게 사라진들 어떠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