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소(집짓기)

집의 기본틀을 맞추다.

풀 한 포기 2010. 4. 27. 19:57

 

 

아홉개의 주춧돌위에 기둥을 세우고

들보를 얹는 일을 했다.

기둥을 먼저 세우고 들보를 얹는데

길고 무거워서 기계로 들어 올리고 양쪽에서 파인 홈에 알맞게 끼우고

커다란 망치로 내리치면 신기하게도

딱딱 들어 맞는다.

 

 

보기엔 조금 어설퍼 보이지만

지게차의 변형이랄까...

어쨋든 들보를 길게 뉘어 기계에 얹고 높이 올리는데

자칫 실수라도 하면 큰일이기 때문에

모두 긴장하고 조심조심...

 

사부님과 황사장님이 주로

들보를 맞추는 일을 했는데

아무래도 두분은 전직이 의심스럽다.

어찌나 일을 잘하던지 울서방은 그저 멀뚱히 구경만 하는 형국이 되었다

 

 

이렇게 딱 들어맞은 기둥.

 

 

있는게 없는 골짜기지만

내가 내려갔으니 새참이라도 걸게 내야 하건만

목수분들은 술을 안하시니 커피와 떡.

나머지 분들은 막걸리에 부침개 3종세트.ㅎㅎㅎ

급하게 쑥과 부추를 뜯어서

쑥. 부추.김치 그렇게 부침개를 한장씩 부쳐냈다.

 

 

맛은 보장못한다는 나의 경고를 무시하고

일이 힘든 만큼 맛나게 막걸리 한사발씩.

 

 

우리의 도목수님.

연세가 일흔이시라는데

청년처럼 일을 잘하신다.

 

 

언덕위에서 내려다보니 한눈에 잘보인다.

오른쪽 파란지붕이 얼마전에 지은 헛간이고

왼쪽으로 어느정도 형태가 잡힌 집이다.

 

 

 

며칠사이 활짝 핀 산벚꽃을 배경으로

우리의 작은 꿈의 실체를  바라보노라니

그간 주말마다 오르내린 시간들이 한편의 드라마 같이 스쳐 지난다.

 

 

 

궁금해서 옆에서 지켜보노라니

조마 조마해서 보기 힘들다.

가둥은 무겁고 기계는 작아서 불안정하고

일을 하는 사람들은 다들 아마추어이고...

 

 

 

그렇지만

원래 이공계통인 황사장님이 안해본 일이긴해도

기본이 있는지라

어찌나 일을 잘하시는지...

물론 우리 사부님도.

해서 사부님께는 특별히 너무 애쓰신 상으로

평생 동안 우리집을 공짜로 바라다 볼 수 있는 티켓을 드리겠다고 했다 ㅋㅋㅋ

 

 

우리집은

맞배지붕에 오량집이 될 것이다.

보이는 맨위로 대들보만 올라가면 중요한 기둥은 다 올리는 것인데.

대들보만 상량식때 올리기로하고 남겨 두었다.

목수분이 상량식 날짜를 29일로 정해주셔서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이벤트인지라

가까운 지인들과 동네분들이 모여 상량식을 하기로 했다.

울서방 지금쯤 상량식 준비로 분주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