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부스러기

정다운 사람들.

풀 한 포기 2009. 10. 16. 21:59

 

 

주말이면 어김없이 골짜기로 남편을 보러 내려가는데

진작 마을주민인 남편은 동네사람들 누구와도 너무도 잘 어울리지만

낯가림도 심하고 가끔 삐죽이 얼굴이나 내미는 내처지에

마을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지내기는 너무 어려운 일이다.

 

 

지난주에는 내가 내려가는 날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서

귀농 (아니 농사를 안지으니 귀촌이 맞다) 한지 4년이 되어가는 황사장 내외분이

막걸리나 한 잔 하자시며 장어를 굽고 계셨다.

부인 되시는 분은 나와 종씨로 마을 부녀회장을 맡고 있는 일꾼인데

솜씨도 어찌나 좋은지 장어를 정말 기가 막히게 구워 놓았다.

 

 

난 아무것도 안하고

그저 손님처럼 맛나게 얻어먹기만 .....

무슨 복에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는지,

 

 

우리 부부. 황사장 내외분. 순원씨 그리고 남편과 친구 먹기로 한 광원씨.

이렇게 오붓이 공주 사곡 막걸리 한말을 밤이 늦도록 마셨다.

주종 불문 반잔이 치사량인 나도 기분이 들떠 두사발이나 마셨다는....

 

 

그날의 하이라이트는 이 밤 묵.

만들기도 힘든 밤묵을 쑤어서 가져 온 부녀회장 .

저녁에 도착한지라 배도 고팠지만

부드럽고 쫀득한 맛이 입에 딱 붙는게 정말 맛있었다.

한번도 직접 만들어 본 적은 없지만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인지는 잘알으니

자꾸 먹기만 하는게 미안했지만...누가 그렇게 맛있게 만들라고 했나 머...ㅎㅎ

 

이렇게 자꾸 신세만 지고.

기름종이에 빚문서만 늘어간다.

언젠가는 다아 갚을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