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

상실/김재진

풀 한 포기 2008. 3. 2. 17:00

 

 

              상실 

 

 

                                                   김재진  

 

 

노랗게 번지기 전 나는 이미

개나리가 필 것을 알고 있다.

가파른 비탈에 뿌리내린 채   

겨울을 견디어 준비한

네 눈물의 빛깔을 알고 있다.

미미하게 묻어오는 바람의 안부를

속달로 접수하며

나 역시 봄을 준비할 때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금세라도 손가락 끝에 묻어나는 것 같은

그 화사한 절규 속에다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싶다.

꽃은 나무의 눈물,

가지마다 별을 달고 솟아오를

말없는 탄식,

또 한번의 상실 다가오는 비탈에 서서

네이름을 불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