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늦가을 땅에 묻어 둔 튤립이
이렇게 화사하게 꽃을 피웠다
구근으로만 보고 심어서 무슨색의 꽃이 필지 자못 궁금했는데
가지가지 색으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늙은 꽃
문정희
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
꽃의 생애는 순간이다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아는 종족의 자존심으로
꽃은 어떤 색으로 피든
필때 다 써버린다
황홀한 이 규칙을 어긴 꽃은 아직 한 송이도 없다
피 속에 주름과 장수의 유전자가 없는
꽃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 오묘하다
분별 대신
향기라니
이 고운 튤립 덕에
마당 한켠이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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